내 한 몸 잘 다스리는 것부터

내 한 몸 잘 다스리는 것부터-정약용의 목민심서 율기육조를 읽고-

내 한 몸 잘 다스리는 것부터
-정약용의 목민심서 율기육조를 읽고-
 
요즘 베스트셀러 중에 “아침형 인간”등, 나름대로의 시간 관리를 하여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도전을 주는 책들이 있다. 이런 류의 책들이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내 한 몸 잘 다스리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으며 그 결과 또한 개인과 공동체에게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가를 반증한다고 하겠다. 최근 다시 읽은 책 중에 하나는 청목 출판사에서 나온 정약용의 목민심서이다. 목민심서 12항목 중 자기의 몸을 단속하고 자기 자신을 바르게 관리하는 율기육조(律己六條) 가 아무래도 요즘 나의 삶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이기에 이를 중심으로 느낀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율기육조에서 제 일조는 자신의 몸을 삼가는 내용을 담은 칙궁(飭躬)을 담고 있다.
 
그 중에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말을 많이 하지 말 것이며 갑자기 성내지 말아야 한다는 “毋多言(무다언)하며 毋暴努(무폭노)하느니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내용은, 무릇 윗사람의 행동은 아랫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자기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서는 끝이 없으니 집안에서도 말을 삼가고 화내지 않으며 특히 관(官)에서는 더욱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나 교계에서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내어놓은 말들로 인해 세상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을 볼 때에 정약용은 자신을 삼가는 데에 있어서 말의 중요성을 익히 깨달았던 것이다.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라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 능히 온 몸도 굴레 씌우리라 우리가 말들의 입에 재갈 물리는 것은 우리에게 순종하게 하려고 그 온 몸을 제어하는 것이라”(약 3:2-3)
 
칙궁에서 내 마음에 새겨진 또 하나의 교훈은,
“공사유가(公事有假)면 필응신정려(必凝神精慮)하야 사량안민지책(思量安民之策)하며 지성구선(至誠求善)이니라”이다.
이 의미는 공사에 여가가 있으면 반드시 정신을 집중하고 생각을 고요하게 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할 계책을 생각하며 성심껏 최선의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민을 하는 자가 자칫 엉뚱한 곳에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되기 때문이다. 성경 사무엘하 11장 2절 이하에 보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고 인정받던 다윗도 여유가 있을 때에 “필응신정려(必凝神精慮)”하지 못함으로써 밧세바를 범하는 우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나 한 몸 다스림에 있어서 이 말은 기본이라 할 수 있겠다.
 
율기육조의 제 이조에서 정약욕은 첫 번째로 청심(淸心)을 말한다.
청렴한 마음을 가지라는 말이다. 청렴하게 한다는 것은 수령된 자의 본연의 의무로서 온갖 선정의 근원이 되고 모든 덕행의 뿌리가 되기에 청렴하지 않고 목민관이라 할 수 있는 자는 일찍이 없었다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廉者(염자)는 牧之本務(복지본무)며 萬善之原(만선지원)이며 諸德之根(제덕지근)이니 不廉而能牧者(불렴이능목자)는 未之有也(미지유야)니라”
 
 
율기육조의 제 3조는 제가(齊家)로써 그 첫 번째 조항은 다음과 같다.
“修身而後齊家(수신이후제가)하고 齊家而後治國(제가이후치국)은 天下之通義也(천하지통의야)니 欲治基邑者(욕치기읍자)는 先濟基家(선제기가)니라”
자기 몸을 바르게 가진 뒤에 집안을 바로 이끌어 갈 수 가 있고, 집안 바로 된 후라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천하에 통하는 원칙이라는 말이다. 바깥에서는 좋은 평판을 얻으나 집안에서는 생활이 엉망인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라 하겠다. 목사로서 바깥에서 사람들로부터 듣는 좋은 평판과 집안에서 아내와 자식들을 통해 듣는 평이 같아야 하지 않을까.
 
 
율기육조 제4조는 병객(屛客)에 관한 것으로써 관부에 오는 손님과 관계되는 것이다.
그 중에 내 마음에 끌린 것은 다음의 글귀이다. “貧交窮族(빈교궁족)이 自遠方來者(자원방래자)어든 宜卽延接(의즉연접)하여 厚遇以遣之(후우이견지)니라”
가난한 친구와 빈궁한 친족이 먼 곳에서 찾아온 자는 즉시 맞아들여 접견하고 후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목민심서를 읽을 때 종종 느껴지는 것이지만 정약용이 천주학을 받아들여 많은 영향을 받아서인지 몰라도 목민심서의 내용을 볼 때 성경의 내용을 많이 담고 있음이 느껴진다. 병객에서의 위의 내용도 성경에서 친구를 위해 강청하는 기도의 교훈, 가난한 자와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라는 성경의 말씀과 흡사하다. 적어도 목민관이라면 이러한 관대함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 설 수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절용(節用)은 율기육조의 제5조에 나오는 첫째 조항으로써 절약에 관한 내용이다.
“善僞牧者(선위목자)는 必慈(필자)하니 欲慈者(욕자자)는 必廉(필염)이요, 欲廉者(욕렴자)는 必約(필약)이니 節用者(절용자)는 牧之首務也(목지수무야)니라”
수령노릇을 잘하는 자는 반드시 자애스러워야 하는데 자애하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고자 하는 반드시 절약해야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절약한다는 것은 수령된 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임무인 것이다. 참으로 신선한 것은 무엇을 위한 절용인가 하는 것이다. 정약용은 음식과 옷, 제사에 있어서 절용하는 목적은 수령이 자애를 베풀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정약용의 목민관이 뛰어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율기육조의 마지막은 낙시(樂施)이다.
“貧交窮族(빈교궁족)을 量力以周之(양력이주지)니라”
낙시(樂施)라고 하는 것은 즐거이 물품으로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가난한 친구와 빈궁한 친족이 있을 때에 마지못한 도와줌이 아니라 기쁨의 도와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樂施(낙시)상대방을 배려하는 가운데 기쁨으로 섬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성경만큼은 아니지만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는 책이다.  무엇을 하기 전에 무엇보다 먼저 “내 한 몸 잘 다스리는 것부터 하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이 들리는 듯하다.